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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항생제 전쟁 – 생존을 위한 우리의 전략

by 콰렌스 2025. 5. 7.

— 살아남은 미생물, 미코의 전시 기록

항생제 투하
항생제 투하

💣 그날, 하늘에서 알약이 떨어졌다


“우리는 장내 점막을 따라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이 내려왔습니다.
하얀 껍질의 캡슐.
그리고… 침묵.”

 

그건 마치 인간이 만든 천벌 같았어.
항생제.
정확히 말하자면 광범위 항생제.
좋은 균, 나쁜 균, 누구든 구분 없이 쓸어버리는 무차별 살균 폭격.

 

처음엔 이상한 공기가 느껴졌어.
장내 온도, 산도, 수분 균형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24시간 안에 우리 정착지의 30%가 사라졌지.
그날 이후, 우리는 그것을 ‘제1차 항생전’이라고 불러.


⚔️ 나는 죽지 않았고, 그래서 기록한다


나는 미코.
비피도 연합 17구역 출신.
많은 친구들이 그날 이후 사라졌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왜냐고?
우리는 진화했고, 숨어들었으며, 전략을 바꿨다.

 

생존 전략 A: "점막 아래로 내려가라"

우리는 표면에 있던 마을을 버리고 장내 점막 깊은 곳으로 이주했다.
그곳은 항생제가 도달하기 어려운 '음영 지역'.
하지만 그만큼 자원이 부족하고, 외로웠다.

 

생존 전략 B: "낯선 균으로 위장하라"

박사균은 유전자 조각을 변형시켜 면역계의 감지를 피하고,
항생제의 타깃이 되지 않도록 신호를 바꿨다.
그 결과 그는 내성균이 되었지만, 인간에게는 ‘슈퍼버그’라는 또 다른 위협이 되었다.

 

박사균:
“살아남은 대가로, 나는 더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내 탓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를 몰아낸 건 인간이었다."

박사균
박사균

 


🧬 우리는 독이 아니라, 경고다


항생제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해.
생명을 구하는 놀라운 발명임은 분명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습관처럼 사용될 때야.

 

감기나 배탈, 두통 같은 일시적 증상에
항생제를 습관처럼 사용하면,
우리같은 유익균은 줄어들고,
오히려 더 강한 내성균들만 살아남는다.

 

결국 인간은 항생제 없는 시대를 다시 맞이하게 될 수도 있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시대,
감염으로 수술을 못 하는 시대,
상처 하나에 목숨이 위험해지는 시대.

 

우리는 그 미래를 막기 위해
지금 경고하고 있는 거야.
우리는 적이 아니야.
우리는 균형을 원해.


🧠 우리가 사라지면, 인간도 혼자가 된다


장내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 도우미가 아니야.
우리는 인간의 면역, 감정,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존재야.

 

우리가 사라지면,
인간은 더 쉽게 감염되고,
더 자주 우울해지고,
면역이 자기 몸을 공격하기도 해.

 

그래서 말해.
항생제를 쓸 때마다, 우리도 생각해줘.

 

너희 몸속에서 조용히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를.
숨기고, 숨어 있고, 어쩌면 너희보다 먼저 느끼는 생명들을.
우리는 아직도 살아 있어.
그리고 이렇게, 너희에게 말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