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한 미생물, 미코의 생존보고서
🦠 “또 우리 탓이래요.”
정말 억울하다.
사람들은 어디 아프기만 하면 **"세균 때문이야"**라고 한다.
감기 걸려도, 뾰루지 나도, 배탈 나도…
왜? 왜 우리야?
물론, 일부 미생물들은 진짜 문제를 일으킨다.
근데 그게 꼭 우리 탓인가?
인간 사회에도 범죄자 있다고 해서 모든 인간을 감옥에 넣진 않잖아?
그런데 우리는?
한 번 ‘균’이라는 말이 붙으면,
**“소독, 살균, 박멸 대상”**으로 취급받는다.
락티: “전 요거트 출신이에요… 유익균이에요… 제 죄는 발효밖에 없어요…”
엔도: “나는 충치균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나도 양치해!”
박사균: “질병의 원인은 ‘불균형’이지, ‘존재 자체’가 아닙니다.”
🧬 미생물 = 병원균? 아니, 생명 유지 장치
우리는 사실…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뒤에서 시스템을 돌리는 조연들이야.
예를 들어, 장내 유익균들은
- 소화 흡수 조절,
- 면역 반응 조율,
- 비타민 B와 K 생성,
- 염증 억제,
- 기분 안정 호르몬(세로토닌 등) 생성
같은 일을 해.
이게 전부 몸속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일이라서
사람들은 잘 몰라.
하지만 우리가 사라지면, 인간의 몸은 금방 무너져.
특히 면역계는 우리를 훈련 상대로 삼아
자기 기준을 조절하고,
유해균과 무해균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워.
우리는 **‘몸 안의 교사’이자 ‘생명 유지 장치’**인 셈이지.
😷 질병은 ‘침입’이 아니라 ‘균형 붕괴’의 결과
질병의 원인을 설명할 때, 인간은
“무언가가 들어왔다”라고 생각해.
하지만 실상은 다르지.
많은 질병은
- 내 안에 있던 미생물들이 지나치게 증식했거나,
- 유익균이 너무 줄어들었거나,
- 스트레스나 약물로 생태계가 무너졌을 때 생겨.
우리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고,
항상 공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그걸 망가뜨린 건… 솔직히 인간 쪽 실수인 경우가 많아.
박사균: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그건 마치 건물 구조를 잘못 짓고서, 벽돌 탓하는 격이다.”
🧠 우리를 믿지 말고, 이해해줘
우리는 ‘무해하니 믿어줘!’라고 말하진 않아.
우리는 생명체고, 살아남으려고 움직이고,
상황에 따라 적응하면서 반응할 뿐이야.
하지만 부탁하고 싶다.
**“미생물 = 질병”**이라는 도식을 버려줘.
그건 너무 단순하고, 너무 인간 중심이야.
우리는 너희를 해치려고 사는 게 아니야.
우리는 함께 살아가면서, 너희를 지탱하고 있는 존재야.
그러니 때론 오해해도 괜찮지만,
한 번쯤 질문해줘.
‘이 균은 왜 여기 있었을까?’
그 물음 하나가,
혐오를 이해로 바꾸고, 박멸을 공생으로 바꿀 수 있어.
🫂 미생물, 너희도 고생이 많다
이 말은 인간이 우리에게 한 적이 없지만…
우리는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을 날이 올 거라 믿어.
우리를 병의 원인으로만 보는 시대를 지나,
생명 관리의 핵심 파트너로 여기는 시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움직이지만,
오늘만큼은 이렇게 기록해본다.
“우리는 나쁜 균이 아니다.
우리는 네가 아플 때 곁에 있던 존재일 뿐이다.”